1 MAR - 18 JUL 2015
GALERIE THADDAEUS ROPAC, PANTIN, FRANCE
GALERIE THADDAEUS ROPAC, PANTIN, FRANCE
Thaddaeus Ropac은 잘츠부르그, 파리의 마레지역, 파리 외곽의 펑탕Pantin 세 곳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국제 갤러리다. 물론 오스트리아 출신의 로팍씨가 갤러리의 주인. 현재 안토니 곰리의 전시를 진행 중인 곳은 2012년에 확장한 PANTIN의 갤러리인데, 일반 갤러리에 들어가기 힘든 규격의 대형 작품과 설치작업을 전시하기 위해 창고형 건물의 층고를 높이고 작품 반입이 용이하도록 입출구도 널찍하게 설계되었다. 조금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이 갤러리에 접근하려면 지하철 역에서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실은 나같은 뚜벅이들 보다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재력 있는 컬렉터들 오시라고 만든 곳이다.
타다에우스 로팍의 이번 전시는 안토니 곰리ANTHONY GORMLEY라는 영국 작가의 전시로, 처음엔 이름이 생소해서 전혀 모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익숙한 작품들을 꽤 여러 점 하신 분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예전 작품들이 구상성이 강한 인체 조각들이어서 이번 전시에 소개된 기하학적인 작품을 한 작가와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는데, 과거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고 전시를 보니 작품에 일관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꽤 분명하게 보인다. 곰리는 트리니티와 로얄 아카데미 출신에 터너상부터 시작해 각종 시상식의 상이란 상은 다 받고 영국 왕실의 기사로 임명되기까지 한 그야말로 국가대표 모범작가다.
타다에우스 로팍의 이번 전시는 안토니 곰리ANTHONY GORMLEY라는 영국 작가의 전시로, 처음엔 이름이 생소해서 전혀 모르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익숙한 작품들을 꽤 여러 점 하신 분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예전 작품들이 구상성이 강한 인체 조각들이어서 이번 전시에 소개된 기하학적인 작품을 한 작가와 같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는데, 과거의 작품을 다시 살펴보고 전시를 보니 작품에 일관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꽤 분명하게 보인다. 곰리는 트리니티와 로얄 아카데미 출신에 터너상부터 시작해 각종 시상식의 상이란 상은 다 받고 영국 왕실의 기사로 임명되기까지 한 그야말로 국가대표 모범작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제 이의 신체' SECOND BODY로 전시실은 크게 네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작가는 공간을 하나의 신체로 파악하고 신체의 움직임과 정서를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다. 작품의 재료는 강화매쉬, 주철, 코르텐 스틸로 다른 재료들이 주지 못하는 중후한 무게감과 단단한 결속력을 보여준다. 반듯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쇳덩어리들은 서로 간섭하고 녹아드는 방식으로 결합해 공간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고 열린 형태로 서로 연결되는 또 다른 복합 공간을 만들어 낸다.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앙 전시실에는 여백을 두고 작은 드로잉 작품들이 걸려있고 복도 양 끝에 소형 조각 STOP, 2015과 대형 작업 HOLE, 2014이 마치 인생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서 아이와 어른이 마주 보는 듯 대치한 체 전시되었다.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앙 전시실에는 여백을 두고 작은 드로잉 작품들이 걸려있고 복도 양 끝에 소형 조각 STOP, 2015과 대형 작업 HOLE, 2014이 마치 인생의 이쪽 끝과 저쪽 끝에서 아이와 어른이 마주 보는 듯 대치한 체 전시되었다.
중앙 홀에서 오른편 전시실에는 설치작품 MATRIX II, 2014 가 설치되어 있다. 여러 겹의 메쉬가 정글집 처럼 서로 겹치는 방식이 아닌 서로 관통하는 방식으로 엮여있어 현장 설치 당시의 상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상식적으로라면 현장에서 지름 6mm 철근을 한올 한올 옷감 짜듯 가로, 세로, 높이로 쌓아가야 한다. 전시실 가운데에 둥실 떠 있는 듯 철망으로 창조된 공간은 건축물의 지붕 구조와도 유기적으로 맞물려 마치 이 공간에서 자라난 기하학 형태의 식물을 보는 듯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이 작품에는 하나의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보도록 만들어진 '원근법'을 무력화 하기 위한 원근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공간감과 깊이감이 훨씬 풍부하고 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이 변형되는 시각 경험을 할 수 있어서 확실히 '직접'보는 행위가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곰리의 작업은 컴퓨터로 디지털 모델링을 한 후 제작하는데, 3D프린터로 찍어낸 듯 딱 떨어지는 마감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다시 중앙 전시실을 거쳐 왼쪽 방으로 이동하면 육중한 쇳덩어리의 군상이 열을 지어 서 있다. 워낙 빼곡히 설치되어 울창한 숲 혹은 군중 틈에 들어온 듯 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은 개별 작품의 제목이 없이 전체를 묶어 EXPANSION FIELD, 2014라고 이름 지었다. 각각의 작품들의 크기는 실제 인체 규격에서 확장된 사이즈로, 사방이 막힌 형태의 큐빅이 제각각 자라나는 모양이다. 입구에 전시된 드로잉과 같은 원리로 기본 도형에 다른 도형들이 겹치며 확장한다.
마지막 전시실에 이르면 이번에는 홀쭉한 사람 형상을 한 조각들이 서 있다. 자코메티의 조각을 연상시키는 앙상하고 약화 된 신체들이다. 이 전시실에 전시된 작품들은 BIC TAKE, BIG VISE, BIG FALL, BIG SWITCH, BIC SPACE 등 저마다 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곰리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3D모델링을 한 후 형상을 큐빅 형태로 단순화 시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물론 그 인물의 디테일한 외형은 볼 수 없다 하더라도 대략의 자세나 태도를 짐작 할 수 있다. 단순한 조형적 유희로 만들어낸 상상의 형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시된 군상들은 여전히 각 신체가 가진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
안토니 곰리의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지점은 하나의 공간 안에 손상 되지 않은 온전한 신체(관람객)와 예술가에 의해 추상화 되었지만 아직 원본의 흔적을 가진 신체(개별 작품) 그리고 이 모든 개별 신체들과 조응하는 공간으로서의 신체(건축공간)가 공존한다는 데에 있다. 다시 한번 느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공간을 다루는 작가들은 전체 전시 공간을 보는 눈도 있어서 전시 구조를 다양한 층위의 해석이 가능도록 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그와는 별개로, 곰리의 어마어마 무거운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입장료를 받는 것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사립 갤러리의 경우 이렇게 제작, 운반, 설치가 어려운 전시의 진행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 것인지도 몹시 궁금해졌다. 오며가며 한시간 이상을 길위에서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이것 저것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고 안토니 곰리라는 걸출한 작가를 알게 된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김지영 JEE YOUNG KIM
안토니 곰리의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지점은 하나의 공간 안에 손상 되지 않은 온전한 신체(관람객)와 예술가에 의해 추상화 되었지만 아직 원본의 흔적을 가진 신체(개별 작품) 그리고 이 모든 개별 신체들과 조응하는 공간으로서의 신체(건축공간)가 공존한다는 데에 있다. 다시 한번 느낀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공간을 다루는 작가들은 전체 전시 공간을 보는 눈도 있어서 전시 구조를 다양한 층위의 해석이 가능도록 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그와는 별개로, 곰리의 어마어마 무거운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입장료를 받는 것도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닌 사립 갤러리의 경우 이렇게 제작, 운반, 설치가 어려운 전시의 진행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 것인지도 몹시 궁금해졌다. 오며가며 한시간 이상을 길위에서 날려버렸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이것 저것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고 안토니 곰리라는 걸출한 작가를 알게 된 의미있는 방문이었다.
김지영 JEE YOU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