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인터뷰는 6월 중순 뉴욕에서 활동중인 이자운 작가와 화상으로 진행했다. 자운씨는 지난 여름 파리에서 만났는데, 작품에 대해서도 작가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서 인터뷰를 벼르다가 결국 화상 인터뷰라는 조금 낯간지러운 방식으로 다시 만났다. 이자운 작가는 드로잉, 페인팅, 설치 등 다양한 표현을 통해 형이상학적인 사고 체계를 이미지화 한다. 규정된 평면 혹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여러 겹의 이미지가 서로 관계를 맺고 결핍을 드러내는 방식을 보여줌으로서, 작가는 인간의 논리 체계가 가진 욕망과 그 한계에 대해 질문하고 의심한다.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수수께끼에 참여해 풀어내고 싶은 마음과 제 3자의 입장으로 작품 밖에서 거리를 두고 관찰하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하긴 두 경우 모두, 보는 사람은 영원히 완전한 룰을 알 수 없는 작가만의 로직 게임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유럽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평소에 억누르고 살아왔던 것들을 어떤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작품으로 펼쳐놓더라. 작품들을 보면서 삶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이 불 작가가 참여했던 1999년 전시였는데, 그 때 비엔날레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순수미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계속 방법을 고민하다가 좀 더 체계적인 틀 안에서 훈련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철학과를 지원했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보는 방법을 훈련하면서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훈련들이 지금 본인의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나?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두 가지 연장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글로 표현되는 논리라는 연장이고 또 하나는 시각이미지라는 연장이다. 어느 한 가지 만으로는 완전한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어떤 생각들은 그림으로 표현할 때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반면 분명해 보이는 이미지라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논리 도구가 빠져있는 경우 그 힘이 약해지기도 한다. 나에겐 두 가지 연장이 모두 필요했고 그 훈련들을 하던 시기가 내겐 굉장히 행복했던 시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시기였다.
철학과 졸업 후 Pratt Art Institution에서 페인팅을 잠시 배웠다. 당시 학교를 들어갈 때 목표가 분명하게 있었다. 철학이 논리적 사고를 위한 훈련이었다면 회화과에서는 정통적인 재료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내게 미대는 작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곳이기보다 유화, 드로잉, 판화와 같은 전통 미술 기법들을 훈련하기 위한 곳이었다. 그 이후에는 혼자서 작업을 해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유럽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평소에 억누르고 살아왔던 것들을 어떤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작품으로 펼쳐놓더라. 작품들을 보면서 삶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이 불 작가가 참여했던 1999년 전시였는데, 그 때 비엔날레를 보면서 본격적으로 순수미술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계속 방법을 고민하다가 좀 더 체계적인 틀 안에서 훈련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철학과를 지원했다.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훈련, 보는 방법을 훈련하면서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훈련들이 지금 본인의 작업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나?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 나는 작업을 할 때 두 가지 연장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글로 표현되는 논리라는 연장이고 또 하나는 시각이미지라는 연장이다. 어느 한 가지 만으로는 완전한 작품을 만들 수가 없다. 어떤 생각들은 그림으로 표현할 때 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반면 분명해 보이는 이미지라도 생각할 여지를 주는 논리 도구가 빠져있는 경우 그 힘이 약해지기도 한다. 나에겐 두 가지 연장이 모두 필요했고 그 훈련들을 하던 시기가 내겐 굉장히 행복했던 시기,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시기였다.
철학과 졸업 후 Pratt Art Institution에서 페인팅을 잠시 배웠다. 당시 학교를 들어갈 때 목표가 분명하게 있었다. 철학이 논리적 사고를 위한 훈련이었다면 회화과에서는 정통적인 재료들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내게 미대는 작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는 곳이기보다 유화, 드로잉, 판화와 같은 전통 미술 기법들을 훈련하기 위한 곳이었다. 그 이후에는 혼자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첫 전시는 어떤 작품으로 어디서 하게 되었나?
2008년 브루클린의 작은 갤러리에서 주최한 공모에 지원을 했다. ‘신추상주의’라는 주제로 전시가 열렸는데 작가로 선정된 것이 무척 신기했다.
당시에 주로 다루던 작품의 주제는 어떤 것이었나 ? 그 당시의 작업 방식이 현재에도 영향을 끼치는가 ?
나는 작품은 몸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작업을 하면서 내 질문들이 더 선명해진다. 뭔가를 결정해 두고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작업을 하는 중에 질문들이 드러난다. 이런 작업 방식은 초기 작업부터 지속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전시한 작품은 그리드 위에 내가 직접 만든 게임을 하면서 선을 긋는다거나 점을 찍고 레이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모은 것이다. 내가 작업을 통해 탐구하는 것은 « 논리 안의 비논리성 » , « 비논리성 안의 논리 »,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것이다. 내가 철학과를 간 것은 논리적인 사고를 훈련하려는 이유였는데, 학교를 마칠 때쯤 이 논리들이 그리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 하게 되었다. 초기 그리드 작업과 레고 작업에서 나는 내가 만든 규칙을 충실히 따라가지만, 결과물에서는 (규칙에 지배당하지 않는) 빈 곳이 다 보이도록 만들었다. 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촘촘히 구조를 만들다 보면 그 안에 비어있는 비논리적인 구멍들이 교묘히 감춰진다. 언어라는 것이 구조인데, 이 언어를 논리를 따라 시각적으로 펼쳐놓았을 때 어디쯤 구멍이 생기는지 보고 싶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이런 부분들이 선명하게 보일 것 같았다. 작업을 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내가 막연하게 머리로 고민하던 것들을 몸이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먼저 언급한 언어와 이미지라는 두 가지 « 도구 »가 어떤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제적 의미의 « 도구 »라기보다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최종이미지나 화면구성에 대한 생각을 미리 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과정 자체에 충실하고 결과는 열어두는 점이 내 작품의 특징이다.
과거 작품들을 보면 사용하는 미디움이 조금씩 변하는데 작품의 재료는 어떻게 선택하나 ?
작품에는 나와는 독립된 생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업이 태어나면 그 작품이 나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준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내 룰을 따라 평면에서 시작한 작품을 완성하고 보면 내가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시간성이 더해지고 확장된 공간이 보인다. 이런 경우, 다음 작업을 할 때는 시간성이나 공간적인 요소들을 더 잘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미디움을 찾게 되고 실험을 통해 최종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가 결정된다.
작품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그 원동력이 내부에서 생기는 편인가, 외부의 영향을 받는 편인가?
내 작업의 주제가 논리와 비논리에 대한 것인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는지 무의식적으로 늘 질문을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나는 늘 속으로 맞고 틀림에 대한 질문을 달고 살았고 내 몸속에 이런 질문에 대한 유전자 DNA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어쨌든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작업을 통해 내 질문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완전하지 않은 현실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사람들과 같이 숨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업을 하게 된 동기에 관해 묻는다면 끊임없이 질문하는 내 DNA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힘이 무얼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도시, 건축, 사회 시스템 등 인간은 늘 무언가 구조를 만들고 구축하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바벨탑을 쌓지만, 하늘로 날아갈 수는 없는 인간적인 한계. 좋고 싫음을 떠나 인간으로서 우리는 (무언가를 구축하면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의 힘이기도 하다.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사이에 개입되는 우연성, 다른 힘이 존재한다. 그게 뭘까? 어떻게 이 다른 요소들이 같이 공존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까?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 역시 인간의 큰 욕망 중 하나인데 왜 사람이 만드는 시스템은 이렇게 딱딱할 수 밖에 없을까 하는 질문들을 하게된다.
작품에는 나와는 독립된 생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업이 태어나면 그 작품이 나에게 다음 질문을 던져준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내 룰을 따라 평면에서 시작한 작품을 완성하고 보면 내가 처음에 의도하지 않았던 시간성이 더해지고 확장된 공간이 보인다. 이런 경우, 다음 작업을 할 때는 시간성이나 공간적인 요소들을 더 잘 드러나게 할 수 있는 미디움을 찾게 되고 실험을 통해 최종으로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가 결정된다.
작품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그 원동력이 내부에서 생기는 편인가, 외부의 영향을 받는 편인가?
내 작업의 주제가 논리와 비논리에 대한 것인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리는지 무의식적으로 늘 질문을 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나는 늘 속으로 맞고 틀림에 대한 질문을 달고 살았고 내 몸속에 이런 질문에 대한 유전자 DNA가 들어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어쨌든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작업을 통해 내 질문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완전하지 않은 현실에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사람들과 같이 숨을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업을 하게 된 동기에 관해 묻는다면 끊임없이 질문하는 내 DNA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용하는 힘이 무얼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도시, 건축, 사회 시스템 등 인간은 늘 무언가 구조를 만들고 구축하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바벨탑을 쌓지만, 하늘로 날아갈 수는 없는 인간적인 한계. 좋고 싫음을 떠나 인간으로서 우리는 (무언가를 구축하면서) 그렇게 살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의 힘이기도 하다.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그 사이에 개입되는 우연성, 다른 힘이 존재한다. 그게 뭘까? 어떻게 이 다른 요소들이 같이 공존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낼까?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 역시 인간의 큰 욕망 중 하나인데 왜 사람이 만드는 시스템은 이렇게 딱딱할 수 밖에 없을까 하는 질문들을 하게된다.
개인적으로 미술기관의 변화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예술”이라는 틀에 가두기 어려운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든 형식화시키려는 많은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있다. 자운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미술관, 대안공간, 유동적인 이벤트 형식의 전시까지, 늘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지만 결국은 완전히 담길 수 없는 내용물을 어떤 틀 안에 담아내려는 현대미술계의 풍경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것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훌륭하게 여겨지고 진보라고 인식되던 시대가 있었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오래되면 딱딱해지기 마련이다. 시스템이 성숙해지는데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늙으면서 굳어지는 부분도 있고 문제점들을 드러내게 된다. 그 다음 단계가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예전에는 종교 안에 자연, 과학, 정치, 신학 등 여러가지가 다 포함된 시스템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의 분야가 따로 분리되게 되었다. 이렇게 잘게 나누다 보면 또 구멍이 생기고 다른 문제들이 생긴다. 어쩌면 우리 시대에는 다시 르네상스 시대의 통합적 사고, 전인형 인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지점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실제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데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이런 상황을 기상 캐스터처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 시스템이란 것은 없으면 아쉽지만 완전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의 다음 형태는 뭘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결국 내 작업의 근본적인 질문이다.
작업할 때 질문에서 시작해서 연구, 실험, 제작을 거쳐 작품이 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처음 질문이 작품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나?
일 년에서 이 년 정도 걸린다. 리서치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한 질문에 대해 연구하는데 시간 투자를 많이 한다.
연구에 대한 자료나 기록을 모아두나?
기록을 남기고 그때그때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자료를 찾고 연구하고 기록하는 것이 나에겐 중요한 과정이다.
올해 참여한 뉴욕 전시의 작품은 기존의 작업들과 조금 달라 보인다.
이번 전시는 주제가 주어진 전시였다. 전시 주제가 만남,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느끼는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외부에서 질문을 받았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만남에 대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가 떠오른 이미지가 달이었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달에 가보기 전에 달을 보면서 만들어낸 많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모르는 대상에는 늘 두려움이 있다.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그 대상을 무언가로 인식하기 위해 이야기들을 만드는데 이 것은 실제 원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드는 이야기다. 실체는 결국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대상으로 남는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신비함, 설렘을 표현하려고 인간은 각각의 이미지로 달을 규정한다. 전시 중에 인스톨레이션 작품 바닥에 달 이미지를 프린팅해서 사람들이 각자 한 장씩 가져가도록 쌓아두었다. 각각의 관객도 결국 원본과 관계없는 달의 이미지 조각을 가져가게 된다. 모르는 대상을 만나러 가는 감정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작업 방식을 보면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고민하는데 어떤 식으로 시간을 관리하나?
기본적으로는 직장인처럼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꾸준히 작업하려고 한다. 작업이라는 게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창작활동뿐 아니라 연구, 미팅, 자료정리, 전시준비 등 다양한 일들을 포함한다.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아티스트로 살기로 한 것은 예술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추구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최근 아티스트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다. 스튜디오 안에서 작업하는 시간 만이 아니라 일상도 예술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티스트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 성향이긴 한데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걸 좋아한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삶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과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의지때문에 무언가를 억지로 하는 성격은 아니라 내 리듬을 잘 관찰하고 자연스럽게 규칙을 찾아가는 편이다. 일종의 좋은 버릇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쉽지않고 실패도 많지만 원래 좋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실패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편한 것 같다.
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 갤러리 공간, 같이 전시하는 다른 작가들, 기획자 등 자신과 작품의 관계 외에 새로 생기는 관계들이 있다. 여러 경험이 있었을 텐데 어떤 방식의 전시를 지향하나?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전시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소의 문제, 자금의 문제가 아니다. 허술한 차고라도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과 전시를 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걱정할 게 없다. 좋은 작업, 의미 있는 작업이라면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해 봤지만, 최근에 점점 이런 생각이 강해진다. 작품을 알아 본다는 것이 물론 작가로서의 명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느끼는 좋은 작품은 나에게서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순간 작품이 독립된 개체로 느껴질 때 나는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느낀다. 작품은 자기 생명이 있어서 나를 통해 만들어지긴 하지만 나는 그저 작품이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 것 같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고 나면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작품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과 싸우게 된다. 그러면 절대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주제가 주어진 전시였다. 전시 주제가 만남,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느끼는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나는 스스로 질문을 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외부에서 질문을 받았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재미있었다.
만남에 대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가 떠오른 이미지가 달이었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달에 가보기 전에 달을 보면서 만들어낸 많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모르는 대상에는 늘 두려움이 있다.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그 대상을 무언가로 인식하기 위해 이야기들을 만드는데 이 것은 실제 원본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만드는 이야기다. 실체는 결국은 영원히 알 수 없는 대상으로 남는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신비함, 설렘을 표현하려고 인간은 각각의 이미지로 달을 규정한다. 전시 중에 인스톨레이션 작품 바닥에 달 이미지를 프린팅해서 사람들이 각자 한 장씩 가져가도록 쌓아두었다. 각각의 관객도 결국 원본과 관계없는 달의 이미지 조각을 가져가게 된다. 모르는 대상을 만나러 가는 감정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작업 방식을 보면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고민하는데 어떤 식으로 시간을 관리하나?
기본적으로는 직장인처럼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꾸준히 작업하려고 한다. 작업이라는 게 단순히 결과물을 만드는 창작활동뿐 아니라 연구, 미팅, 자료정리, 전시준비 등 다양한 일들을 포함한다.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아티스트로 살기로 한 것은 예술과 삶이 분리되지 않은 삶을 추구하며 살기로 한 것이다. 최근 아티스트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많은 생각을 했다. 스튜디오 안에서 작업하는 시간 만이 아니라 일상도 예술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티스트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 성향이긴 한데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걸 좋아한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삶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어서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과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의지때문에 무언가를 억지로 하는 성격은 아니라 내 리듬을 잘 관찰하고 자연스럽게 규칙을 찾아가는 편이다. 일종의 좋은 버릇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쉽지않고 실패도 많지만 원래 좋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실패를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조금 편한 것 같다.
예술활동을 하다 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 갤러리 공간, 같이 전시하는 다른 작가들, 기획자 등 자신과 작품의 관계 외에 새로 생기는 관계들이 있다. 여러 경험이 있었을 텐데 어떤 방식의 전시를 지향하나?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전시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장소의 문제, 자금의 문제가 아니다. 허술한 차고라도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과 전시를 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걱정할 게 없다. 좋은 작업, 의미 있는 작업이라면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믿음이 있다. 여러 곳에서 전시를 해 봤지만, 최근에 점점 이런 생각이 강해진다. 작품을 알아 본다는 것이 물론 작가로서의 명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느끼는 좋은 작품은 나에게서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 순간 작품이 독립된 개체로 느껴질 때 나는 작업이 완성되었다고 느낀다. 작품은 자기 생명이 있어서 나를 통해 만들어지긴 하지만 나는 그저 작품이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사람인 것 같다. 일단 작업을 시작하고 나면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작품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업과 싸우게 된다. 그러면 절대 좋은 작업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의 작업들을 보면 장소특성적 작업들이 꽤 있다. 현장에서 작품의 요소들을 조율해가며 점진적으로 완성해 가는 설치 방식이라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 부분이 전시할 때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내 작업의 경우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전시를 위해 설치작업을 요청 받을 때, 나는 그 장소 자체의 특성과 기본 구성 요소들을 사용해 생기는 우연성을 작품에 반영시키는 걸 좋아한다. 2014년 Cross Art Gallery의 설치 작업도 재료나 공간 구성에 대한 계획이 미리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침 갤러리에 남은 좌대들과 재료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활용했다. 공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설치 기간은 4일에서 7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현장 설치작업을 하려면 먼저 말했던 비전을 공유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완성될 때까지는 작가도 작품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갤러리스트나 기획자 입장에서는 모험이 필요한 일인것 같다. 최근 진행 중인 다른 작업들이 있다면?
그리드 구조를 기본으로 한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고 쓰레기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INTERVIEW by JEE YOUNG KIM, 14/06/2015
그 부분이 전시할 때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내 작업의 경우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전시를 위해 설치작업을 요청 받을 때, 나는 그 장소 자체의 특성과 기본 구성 요소들을 사용해 생기는 우연성을 작품에 반영시키는 걸 좋아한다. 2014년 Cross Art Gallery의 설치 작업도 재료나 공간 구성에 대한 계획이 미리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침 갤러리에 남은 좌대들과 재료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활용했다. 공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설치 기간은 4일에서 7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현장 설치작업을 하려면 먼저 말했던 비전을 공유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완성될 때까지는 작가도 작품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에 갤러리스트나 기획자 입장에서는 모험이 필요한 일인것 같다. 최근 진행 중인 다른 작업들이 있다면?
그리드 구조를 기본으로 한 작업도 계속 진행하고 있고 쓰레기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INTERVIEW by JEE YOUNG KIM, 14/06/2015